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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호경제3분조회 27

발행 · 잡학서고 별관

가격표가 9,900원이면 왜 싸 보일까요?

만 원과 고작 백 원 차이인데 느낌은 한참 달라요. 가격표 끝자리에는 어떤 셈법이 숨어 있을까요?

나무 탁자 위 9,900원 가격표와 동전

마트에서 9,900원짜리 가격표를 보면 만 원보다 한참 싸 보여요. 실제 차이는 고작 백 원이에요. 마케팅 연구에서는 이 착각을 「왼쪽 자릿수 효과」라고 불러요. 눈이 앞자리와 자릿수를 먼저 읽고 뒤쪽 숫자는 대충 넘기기 때문이에요.

앞자리부터 읽어요

가격을 볼 때 사람은 왼쪽 숫자부터 붙잡아요. 9,900원의 앞자리는 9이고, 만 원은 1에 자릿수도 하나 더 많아요. 백 원밖에 안 차이 나도 머릿속에서는 9천 원대와 만 원대가 다른 칸에 들어가요.

미국 연구진 Thomas와 Morwitz는 2005년 실험에서, 차이가 똑같아도 앞자리가 바뀌는 가격 쌍을 사람들이 더 크게 다르다고 느낀다는 걸 보여 줬어요. 숫자를 끝까지 읽어도 첫인상은 앞자리에서 굳어 버려요.

9로 바꾸면 더 팔렸어요

실제 판매에서도 효과가 나타났어요. 미국 연구진 Anderson과 Simester가 여성 의류 통신판매 카탈로그로 실험해 보니, 같은 옷을 39달러에 내놓았을 때가 34달러일 때보다 더 많이 팔렸어요. 값을 올렸는데 판매가 늘어난 셈이에요.

끝자리 9가 「할인한 값」이라는 신호처럼 읽히기 때문이라고 봐요. 반대로 고급 식당 메뉴판은 끝자리 없이 둥근 숫자만 쓰는 경우가 많아요. 싸 보이기보다 품질을 앞세우고 싶어서예요.

합치면 백 원이 모여요

끝자리 9를 우연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대부분은 일부러 고른 값이에요. 편의점의 1,900원 음료나 990원 과자처럼 작은 값에도 끝자리 9가 자주 붙어요.

물건 하나만 보면 백 원은 작아요. 하지만 그런 물건 다섯 개면 오백 원이고, 하나하나는 만 원을 넘기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영수증 합계는 이미 넘어 있을 때가 많아요.

한 단위 올려 읽어요

가격표를 볼 때 앞자리를 하나 올려 9,900원은 만 원, 19,800원은 2만 원으로 읽어 보세요. 싼 느낌이 걷히고 나갈 돈이 또렷해져요.

온라인 쇼핑에서도 마찬가지예요. 29,900원짜리 물건에 배송비 3천 원이 붙으면 이미 3만 원을 넘어요.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둥근 숫자로 바꿔 더해 보면, 끝자리 9가 만든 착각에서 한 발 떨어질 수 있어요.

가격표 끝의 9는 앞자리를 낮춰 보이게 하는 장치예요. 한 단위 올려 읽으면 진짜 값이 보여요.

정리·참고 메모 · Thomas·Morwitz 2005 · Anderson·Simester 2003. 앞자리가 바뀌면 같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 왼쪽 자릿수 효과는 Thomas·Morwitz 2005(J Consumer Research), 39달러가 34달러보다 더 팔린 카탈로그 실험은 Anderson·Simester 2003(QME)을 참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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