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2호언어3분조회 20
발행 · 잡학서고 별관
「세 시 삼십 분」, 숫자를 왜 두 가지로 읽을까요?
시는 「세 시」인데 분은 「삼십 분」이에요. 한국어 숫자가 두 벌인 사정을 알아봐요.
한국어에는 숫자를 세는 말이 두 벌 있어요. 하나·둘·셋 같은 고유어 수와 일·이·삼 같은 한자어 수예요. 3시 30분을 「세 시 삼십 분」으로 읽는 것도 시는 고유어로, 분은 한자어로 세는 습관이 굳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말 숫자는 아흔아홉까지
고유어 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고, 십 단위는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99까지는 「아흔아홉」처럼 고유어로 셀 수 있어요.
그 위는 사정이 달라요. 옛말에는 백을 뜻하는 「온」과 천을 뜻하는 「즈믄」이 있었고, 1447년에 나온 『석보상절』에도 즈믄이 보여요. 하지만 지금은 숫자로 거의 쓰지 않아서, 100이 넘으면 「백」「천」 같은 한자어 수를 써요.
무엇을 세느냐가 갈라요
대체로 개수를 셀 때는 고유어, 순서나 번호, 돈이나 측정값을 말할 때는 한자어를 써요. 「세 명」, 「두 개」, 「다섯 살」, 「한 시간」은 고유어이고, 「삼 층」, 「오 월」, 「천 원」, 「이십 분」, 전화번호는 한자어예요.
같은 1이라도 읽는 법에 따라 뜻이 달라져요. 「1번 문제」의 「일 번」은 번호를 가리키고, 「한 번 더」의 「한 번」은 횟수를 말해요. 그래서 「1번을 1번 더 풀어요」는 「일 번을 한 번 더 풀어요」로 읽어야 뜻이 통해요.
시와 분이 갈린 사정
시계는 이 차이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에요. 시는 「한 시, 두 시」처럼 고유어로, 분과 초는 「일 분, 십 초」처럼 한자어로 읽어요. 왜 이렇게 나뉘었는지는 확실히 밝혀진 설명이 없고, 문법 규칙이라기보다 오래 써 온 말버릇에 가까워요.
그래서 「삼 시 삼십 분」이나 「세 시 서른 분」은 뜻은 통해도 어색하게 들려요. 나이도 비슷해요. 「스무 살」은 고유어, 「이십 세」는 한자어라 둘 다 맞지만, 「이십 살」처럼 섞으면 어색해져요.
모양이 바뀌는 숫자들
고유어 수는 뒤에 단위가 붙으면 모양이 바뀌기도 해요. 하나·둘·셋·넷·스물은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스무 개」가 되고, 「석 달」, 「넉 잔」처럼 옛 모양이 남은 말도 있어요.
한자어 쪽에도 예외가 있어요. 6월과 10월은 「육월」「십월」이 아니라 「유월」「시월」로 읽고 적어요. 발음하기 편한 소리로 굳은 것이라 맞춤법도 이 소리를 따라요. 달력에 적힌 숫자는 6과 10이어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받침이 빠지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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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개수와 시는 고유어로, 번호와 돈, 분과 초는 한자어로 읽어요. 99를 넘으면 한자어만 남아요.
정리·참고 메모 · 『석보상절』(1447) · 한글 맞춤법 · 한국어 수사 개요. 시를 고유어로, 분을 한자어로 읽는 건 관습이라 왜 그렇게 나뉘었는지는 정설이 없어요. 「온」「즈믄」은 중세 국어 수사로 지금은 숫자로 거의 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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