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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호과학3분조회 25

발행 · 잡학서고 별관

물컵 속 숟가락이 꺾여 보여요

숟가락은 멀쩡한데 수면 아래만 어긋나 보여요. 고개를 낮추면 꺾인 자리가 따라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나무 식탁 위 물컵에 비스듬히 담근 숟가락이 수면에서 꺾여 보이는 모습

물컵에 담근 숟가락이 수면에서 꺾여 보이는 건 숟가락이 휘어서가 아니에요. 물속에서 나온 빛이 수면을 지나 공기로 나오면서 방향을 바꾸는데, 눈은 그 빛이 곧게 왔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수면에서 빛이 꺾여요

빛은 물속에서 공기 중보다 느리게 나아가요. 그래서 비스듬히 수면을 지나는 빛은 경계에서 진행 방향이 조금 틀어져요. 잠긴 숟가락에서 나온 빛도 수면에서 한 번 꺾인 뒤 눈에 들어와요. 그런데 뇌는 빛이 꺾여 왔다는 걸 따로 계산하지 않고, 들어온 방향을 곧게 거슬러 이어서 물체 자리를 정해요. 그래서 잠긴 부분은 실제보다 얕은 곳, 조금 비켜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여요. 물 밖의 손잡이는 빛이 곧게 오니 제자리에 보이고, 두 부분이 수면에서 어긋나면서 꺾인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져요

컵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꺾임이 거의 없어요. 빛이 수면을 거의 수직으로 지나 방향이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에요. 시선이 비스듬해질수록 꺾이는 정도가 커져서, 식탁에 앉아 옆에서 보면 잠긴 부분이 확 어긋나요. 둥근 컵을 옆에서 볼 때는 물이 든 컵이 볼록렌즈처럼 빛을 모아서 잠긴 부분이 더 굵게 보이기도 해요. 고개 높이를 바꾸면 꺾인 자리도 따라 움직이지만, 숟가락은 처음 자리에 그대로 있어요.

빛이 물속에서 휘는 건 아니에요

숟가락이 꺾여 보이니 빛도 물속에서 둥글게 휘어 간다고 여기기 쉬워요. 하지만 빛은 물속에서도 공기 중에서도 곧게 나아가요. 방향이 바뀌는 곳은 물과 공기가 만나는 수면 한 군데뿐이에요. 그래서 꺾인 자리도 숟가락 중간 아무 데가 아니라 늘 수면 높이에 생겨요.

물이 실제보다 얕아 보여요

같은 이유로 물속 바닥은 실제보다 가까워 보여요. 바로 위에서 보면 깊이 1.2m인 수영장 바닥이 90cm쯤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비스듬히 볼수록 더 얕아 보여요.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발이 닿을 줄 알고 들어갔다가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니, 맑은 물일수록 생각보다 깊다고 여기는 게 안전해요. 물 밖 곤충에 물을 쏘아 떨어뜨리는 물총고기는 이 어긋남까지 고려해 겨눈다는 관찰 연구도 있어요.

숟가락은 그대로이고, 수면에서 꺾여 나온 빛을 눈이 곧게 이어 보면서 어긋나 보여요.

정리·참고 메모 · 스넬의 법칙(빛의 굴절) · Dill(1977) 물총고기 연구. 물의 굴절률은 약 1.33이라, 바로 위에서 보면 물속 물체가 실제 깊이의 4분의 3쯤에 있는 것처럼 보여요. 비스듬히 볼수록 어긋남이 커져요. 물총고기 관찰은 Dill(1977,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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