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호생활4분조회 25
발행 · 잡학서고 별관
떫은 감은 어떻게 달콤한 홍시가 될까요?
혀가 바싹 마르던 감이 며칠 사이 달콤해지는 동안 감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떫은 감이 홍시나 곶감이 되면 단맛만 남는 건, 떫은맛을 내던 성분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물에 녹지 않는 덩어리로 굳기 때문이에요. 녹지 않으면 혀에 닿아도 떫게 느껴지지 않아요.
떫은맛은 맛이 아니에요
덜 익은 감을 베어 물면 입안이 바싹 마르고 텁텁해져요. 이 느낌은 단맛이나 짠맛처럼 혀가 알아채는 맛이 아니라, 입안이 오그라드는 촉감에 가까워요.
감 속의 탄닌이 침 속 단백질과 들러붙어 엉기면, 입안을 미끄럽게 덮고 있던 침의 막이 사라져요. 그래서 혀와 볼 안쪽이 뻑뻑하게 스치면서 떫다고 느껴요. 진하게 우린 녹차에서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도 같은 무리의 성분 때문이에요.
녹아 있느냐, 굳었느냐
떫은 감에는 탄닌이 물에 녹은 채로 작은 주머니 같은 세포에 가득 들어 있어요. 씹으면 이 세포가 터지면서 탄닌이 침에 섞여 나와요.
감이 무르익거나 사람이 손을 쓰면 감 속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생겨요. 이 물질이 탄닌 알갱이들을 서로 엮어 크고 물에 녹지 않는 덩어리로 만들어요. 덩어리가 된 탄닌은 씹어도 침으로 빠져나오지 않아서 떫은맛이 사라져요. 감 속에 깨처럼 박힌 검은 점이 바로 이렇게 굳은 탄닌이에요.
단감이 더 달까요
떫은 감은 당분이 적어서 맛이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아요. 대봉 같은 떫은 감에도 당분이 넉넉히 들어 있는데, 떫은맛이 워낙 강해 단맛을 가릴 뿐이에요. 탄닌이 굳고 나면 숨어 있던 단맛이 그대로 드러나요.
단감은 나무에 달린 채 자라는 동안 탄닌이 굳거나 묽어져서, 딸 때 이미 떫지 않은 품종이에요. 그러니 단감과 떫은 감은 익은 정도가 다른 게 아니라 품종이 다른 감이에요.
집에서 떫은맛 빼기
떫은 감을 샀다면 상온에 두고 말랑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가장 쉬워요. 홍시가 되는 동안 탄닌이 천천히 굳어요. 사과와 함께 봉지에 넣어 두면 사과에서 나오는 기체 덕분에 조금 더 빨리 물러져요.
감 꼭지에 소주를 살짝 묻혀 비닐봉지에 넣고 며칠 묶어 두는 집도 있어요. 공기가 막힌 채 술 성분이 스며들면 감 속에서 탄닌을 굳히는 일이 빨라져요. 껍질을 벗겨 말리는 곶감이나, 한 번 얼렸다 녹이는 방법도 탄닌을 굳혀 떫은맛을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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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감이 달콤해지는 건 떫은 성분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녹지 않게 굳어서예요. 기다리거나 말리거나 얼리면 숨어 있던 단맛이 드러나요.
정리·참고 메모 · Taira 외 1999, 일본원예학회지. 알코올·이산화탄소·건조·냉동 등 여섯 방법이 모두 탄닌을 녹지 않게 바꿔 떫은맛을 없앰을 비교. 알코올 처리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치는지는 연구마다 해석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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