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호경제3분조회 28
발행 · 잡학서고 별관
주머니 속 영수증 글자가 사라져요
가계부 쓰려고 챙겨 둔 영수증, 며칠 뒤 꺼내 보면 숫자가 흐릿해져 있곤 해요. 무엇이 글자를 지운 걸까요?
영수증 글자가 흐려지는 건 잉크가 번져서가 아니에요. 영수증은 열을 받은 자리만 검게 변하는 감열지라서, 처음부터 잉크 없이 열로 찍은 글자예요. 이 색은 빛과 열, 땀이나 기름에 닿으면 생각보다 쉽게 풀려요.
열로 남긴 글자
보통 종이는 잉크가 스며들어 글자가 남아요. 영수증 종이 겉에는 평소엔 색이 없는 염료와, 열에 녹으면 그 염료를 검게 바꾸는 현색제가 함께 얇게 발려 있어요. 계산대 프린터 머리가 글자 모양대로 순간 뜨거워지면 두 약품이 녹아 섞이면서 그 자리만 검게 변해요. 그래서 잉크통 없이도 숫자가 찍혀요.
손톱으로 세게 긁으면 거뭇한 줄이 생기는 것도 문지를 때 나는 마찰열 때문이에요.
주머니와 햇볕
이렇게 나타난 색은 오래 버티지 못해요. 햇빛을 오래 받거나, 땀과 물기에 젖거나, 손의 기름이나 핸드크림, 비닐 파일에 닿으면 색이 다시 풀려 글자가 하얗게 바래요. 반대로 한여름 차 안처럼 아주 뜨거운 곳에서는 바탕까지 회색으로 변해 글자가 묻혀요. 주머니는 체온과 땀, 동전이나 손에 쓸리는 일이 한꺼번에 겹치는 곳이라 유난히 빨리 흐려져요.
만진 손은 씻어요
영수증 현색제로는 오랫동안 비스페놀 A(BPA)가 쓰였어요. 2014년 미국 연구팀 실험에서는 손 소독제를 바른 직후 영수증을 쥐면 피부로 들어가는 BPA가 크게 늘었어요. 소독제가 약품을 녹여 피부로 옮겨 주기 때문이에요.
유럽연합은 2020년부터 감열지에 BPA를 못 쓰게 했지만, 대신 쓰이는 비스페놀 S도 안전한지 아직 논란이 있어요. 영수증은 마른 손으로 잠깐만 만지고, 만진 뒤에는 손을 씻는 게 좋아요.
남겨 두고 싶을 때
가계부나 환불에 쓸 영수증이라면 받은 날 휴대폰으로 찍어 두는 게 가장 확실해요. 종이는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비닐보다는 종이 봉투에 넣어 두세요.
버릴 때도 알아 둘 점이 있어요. 영수증은 종이처럼 보여도 약품이 발린 감열지라 종이류 재활용이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요. 전자 영수증을 고를 수 있다면 바래지도 않고 편해요. 카드로 결제했다면 카드사 앱의 결제 내역도 함께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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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글자는 잉크가 아니라 열로 나타난 색이라 빛과 땀과 기름에 바래요. 중요한 건 사진으로 남기고, 만진 손은 씻어 주세요.
정리·참고 메모 · 감열지 원리 · Hormann 외 2014 · EU 규정 2016/2235. 감열지는 무색 염료와 현색제가 열에 녹아 섞이며 색을 내요. 손 소독제 뒤 영수증 BPA 흡수는 Hormann 외 2014(PLoS ONE), 2020년부터의 감열지 BPA 금지는 EU 규정 2016/2235를 참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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