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9호생활4분조회 61
발행 · 잡학서고 별관
케첩 병은 왜 두드려야 나올까요?
거꾸로 든 병 속 케첩이 꿈쩍 않다가 툭 쏟아지는 순간을 따라가 봐요.
케첩은 가만히 두면 되직하게 버티고, 힘을 받으면 잠깐 묽어져요. 그래서 병을 거꾸로 들기만 하면 꿈쩍 않다가, 흔들거나 두드리면 갑자기 흘러나와요.
가만히 있을 땐 고체처럼
케첩 속에는 잘게 간 토마토 조각이 빽빽하게 들어 있어요. 조각들이 서로 닿아 그물처럼 이어지면, 그 그물이 버티는 힘 때문에 병을 기울여도 쉽게 흐르지 않아요. 접시에 짠 케첩이 물처럼 퍼지지 않고 봉긋하게 서 있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과학자들은 케첩을 「무른 고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일정한 힘을 넘기 전까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병 속 케첩의 무게만으로 그 문턱을 못 넘으면, 거꾸로 들어도 그대로 멈춰 있어요.
힘을 받으면 잠깐 묽어져요
병을 흔들거나 탁 치면 토마토 조각의 그물이 한순간에 흐트러져요. 조각들이 미끄러질 틈이 생기고, 흐르는 방향으로 나란히 늘어서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빨리 흐를수록 더 묽어져서, 조금 나오다 갑자기 왈칵 쏟아지기도 해요.
과학자들은 힘을 받을수록 묽어지는 성질을 전단 희석, 가만히 두면 다시 되직해지는 성질을 요변성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흔든 직후 잠깐은 여유가 있지만, 오래 세워 두면 다시 처음처럼 되직해져요.
입구만 막혀서는 아니에요
흔한 설명은 「입구가 막혀서」나 「공기가 안 들어가서」예요. 둘 다 일부는 맞아요. 입구에 마른 케첩이 굳어 있으면 정말 막히고, 좁은 입구로 내용물이 나가려면 그만큼 공기가 들어가야 해요. 그래서 공기 길을 내 주면 조금 나아지기도 해요.
그런데 뚜껑을 열고 입구를 깨끗이 닦아도, 케첩은 거꾸로 든 병 안에 그대로 머물러요. 핵심은 입구가 아니라 케첩 자체가 버티는 힘이고, 흔들기와 두드리기는 그 힘을 넘기게 해 주는 방법이에요.
덜 튀게 꺼내는 법
먼저 뚜껑을 닫은 채 병을 몇 번 세게 흔들어요. 가라앉은 건더기와 위에 뜬 물기가 고르게 섞여요. 그다음 뚜껑을 열고 병을 45도쯤 기울여요. 한 손으로 병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병 바닥이나 목 쪽을 가볍게 톡톡 쳐요. 병 목에 두드릴 자리를 표시해 둔 유리병도 있어요.
처음부터 세게 치면 왈칵 쏟아지기 쉬우니, 약하게 시작해 조금씩 세기를 올리는 편이 깔끔해요. 남은 양이 적을 때는 뚜껑을 닫고 거꾸로 든 채 아래로 툭 내렸다 멈추면 케첩이 입구 쪽으로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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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은 가만히 두면 버티고 힘을 받으면 잠깐 묽어지니, 흔들거나 두드려 그 문턱을 넘겨 주면 흘러나와요.
정리·참고 메모 · Juszczak 외 2012 · 멜버른대 2016. 케첩은 항복응력이 있는 전단 희석 유체이고 요변성을 보임(Food Bioprocess Technol 2012, 일부 시료는 반대). 두드림이 토마토 입자 그물을 깸(멜버른대 Stickland). 약한 힘을 오래 줄 때의 원리는 아직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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