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0호심리4분조회 14
발행 · 잡학서고 별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기억이 지워진 걸까요?
기억은 남아 있고, 소리를 꺼내는 길이 잠깐 막힌 상태예요. 첫 글자나 글자 수는 짐작되는 일이 많아요.
아는 배우 이름이 입안에서 맴도는데 끝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렇게 단어가 혀끝에 걸린 상태는 기억이 지워진 게 아니라, 뜻은 떠올랐는데 그 단어의 소리를 꺼내는 길이 잠깐 막힌 거예요. 그래서 첫 글자나 글자 수는 알 것 같은 느낌이 함께 와요.
뜻은 알고 소리만 막혀요
머릿속에서 단어를 꺼낼 때는 두 단계를 거친다고 봐요. 먼저 「그 영화에 나온 그 사람」처럼 뜻을 찾고, 다음에 그 뜻에 붙은 소리를 찾아 입으로 보내요. 혀끝 현상은 첫 단계는 끝났는데 두 번째 단계에서 걸린 상태예요.
1966년 미국 심리학자 브라운과 맥닐은 사람들에게 낱말 뜻풀이를 읽어 주고, 답이 혀끝에 맴돈다는 사람에게 생각나는 대로 적게 했어요. 단어는 못 떠올려도 첫 글자와 음절 수를 꽤 높은 비율로 맞혔고, 소리가 비슷한 엉뚱한 단어를 대신 떠올리기도 했어요. 소리 정보가 조각으로는 남아 있다는 뜻이에요.
나이 탓만은 아니에요
혀끝 현상이 생기면 기억력이 나빠진 신호라고 걱정하기 쉬워요. 하지만 젊은 사람도 자주 겪어요. 1991년 버크 연구팀이 젊은 성인과 노인에게 4주 동안 일기를 쓰게 했더니 두 집단 모두 여러 번 겪었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잦아졌어요. 특히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어요.
고유명사가 잘 걸리는 건 뜻과 소리를 잇는 길이 하나뿐이기 때문으로 풀이돼요. 「의자」는 「걸상」으로 바꿔 말해도 되지만, 배우 이름은 그 소리 말고는 대신할 말이 없어요. 그 단어를 오랫동안 안 썼을 때도 더 잘 걸려요.
걸렸을 때 해 볼 만한 것
가장 흔한 결말은 잠시 뒤 저절로 떠오르는 거예요. 일기 연구에서도 대부분 결국 풀렸고,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억지로 붙들고 있으면 머릿속에 맴도는 엉뚱한 단어가 오히려 길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러니 잠깐 다른 일로 넘어가거나, 가나다순으로 첫소리를 하나씩 대 보는 정도가 무난해요. 답을 찾은 뒤에는 그 단어를 소리 내어 한두 번 말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같은 단어에서 혀끝 현상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어서, 막혔던 길을 한 번 더 다져 두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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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 맴도는 단어는 지워진 게 아니라 소리를 꺼내는 길이 잠깐 막힌 거예요. 잠시 놓아두면 대개 저절로 떠올라요.
정리·참고 메모 · Brown & McNeill(1966), Burke 외(1991) 혀끝 현상 연구. 뜻풀이 실험과 4주 일기 연구로 첫 글자·음절 수를 맞히는 경향과 고유명사에서 잦다는 점을 보고했어요. 원인 설명은 여러 가설이 함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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