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호자연3분조회 24
발행 · 잡학서고 별관
비 오기 직전이면 어디선가 흙내가 나요
창문을 열면 빗방울보다 먼저 흙내가 들어와요. 그 냄새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비가 오기 직전이나 막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흙내가 훅 올라오곤 해요. 이 냄새는 비가 하늘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땅에서 나와요. 마른 흙에 쌓여 있던 냄새 성분이 첫 빗방울에 튀어 올라 공기 속으로 퍼지는 거예요.
흙 속 세균이 만든 냄새
196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두 과학자는 마른 흙과 돌에서 기름 같은 성분을 뽑아내고, 이 냄새에 페트리코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가문 동안 식물이 내놓은 기름이 흙과 돌에 배어 있다가 비를 만나 풀려난다는 설명이었어요.
흙내의 중심에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도 있어요. 흙 속에 사는 방선균, 특히 스트렙토마이세스 무리가 만드는데, 사람 코는 이 물질에 아주 예민해서 물 1리터에 몇 나노그램만 섞여도 냄새를 알아챈다고 해요.
빗방울이 냄새를 튀겨 올려요
냄새가 어떻게 공기로 올라오는지는 2015년 미국 MIT 연구진이 고속 카메라로 보여 줬어요. 빗방울이 흙처럼 구멍 많은 땅에 떨어지면 그 속의 공기가 작은 거품이 되어 올라와 터지고, 이때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튀어요. 이 물방울에 흙 속 성분이 실려 바람을 타고 퍼집니다.
이 현상은 가볍게 내리는 비에서 잘 일어나고, 세찬 비에서는 거품이 덜 생겼어요. 그래서 소나기가 쏟아질 때보다 몇 방울 떨어질 때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지기 쉬워요.
마른 뒤 첫비가 더 진해요
며칠 동안 바싹 마른 땅일수록 냄새 성분이 많이 쌓여 있어서 첫비 냄새가 진해요. 장마처럼 땅이 늘 젖어 있으면 덜하고, 흙이 없는 아스팔트 길에서도 약합니다.
비가 오기도 전에 냄새가 나는 건 근처에서 먼저 떨어진 빗방울이 만든 냄새를 바람이 실어 왔기 때문일 수 있어요. 천둥 번개가 다가올 때 나는 톡 쏘는 비릿한 냄새는 흙내가 아니라, 번개가 만든 오존이 바람에 섞여 내려온 것이에요.
수돗물의 흙냄새도 같아요
여름철 수돗물에서 가끔 흙냄새가 나는 것도 녹조가 만든 지오스민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몸에 해로운 물질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지만, 코가 워낙 예민해서 아주 적은 양도 금세 느껴요. 비트를 먹을 때 나는 흙맛도 같은 물질 때문이에요. 우리 코가 왜 이 냄새에 이토록 예민한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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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냄새는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와요. 마른 흙에 쌓인 지오스민과 식물 기름을 첫 빗방울이 공기 중으로 튀겨 올립니다.
정리·참고 메모 · Bear·Thomas 1964, Nature · Joung·Buie 2015, Nat. Commun.. 마른 흙과 돌에서 냄새 성분을 처음 뽑아낸 연구와, 빗방울이 흙에 떨어질 때 작은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을 찍은 실험이에요. 냄새의 세기는 흙의 종류와 날씨에 따라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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