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2호경제4분조회 82
발행 · 잡학서고 별관
500원 동전이 일본 자판기를 흔든 적이 있어요
크기가 똑같은 500엔과 500원, 값은 열 배쯤 달랐어요
한국 500원 동전과 일본 500엔 동전은 지름이 똑같이 26.5mm예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이 점을 노려 500원 동전을 살짝 깎아 자판기에 넣고 진짜 500엔을 빼 가는 일이 크게 번졌어요. 결국 일본은 500엔 동전의 재료를 바꿨어요.
쌍둥이처럼 태어난 두 동전
두 동전은 모두 1982년에 처음 나왔어요. 크기만 같은 게 아니라 재료도 구리 75%, 니켈 25%를 섞은 백동으로 같았어요. 무늬는 달랐지만, 당시 자판기는 그림을 보지 않고 동전의 지름, 두께, 무게, 재료가 전기에 반응하는 성질 같은 것을 재서 진짜인지 가렸어요.
차이는 무게였어요. 500원 동전이 0.5g쯤 더 무거웠어요. 그래서 겉면을 갈거나 작은 구멍을 뚫어 무게를 맞추면 자판기가 500엔으로 착각했어요.
반환 버튼 한 번에 열 배 이득
수법은 단순했어요. 고친 500원 동전을 넣고 물건은 사지 않은 채 반환 레버를 누르면, 기계가 안에 있던 진짜 500엔을 내줬어요. 1999년 무렵 500원은 미국 돈으로 40센트대였고 500엔은 4달러가 넘어서, 한 번 할 때마다 열 배쯤 남는 셈이었어요.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경찰청 집계를 인용해, 1999년 1~9월에만 이렇게 고친 500원 동전 약 49만 개가 자판기에서 나왔다고 전했어요. 1997년 나가노에서는 역 근처 자판기 60대에서 773개가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어요. 피해가 커지자 일본 자판기 약 550만 대 가운데 70%쯤이 아예 500엔 동전을 받지 않게 됐어요.
재료를 바꾸자 끝난 소동
일본 재무성은 2000년 8월 새 500엔 동전을 내놨어요. 크기와 두께는 그대로 두고 재료에 아연을 넣어 니켈 황동으로 바꿨어요. 재료가 달라지면 전기가 통하는 정도도 달라져서, 자판기가 500원 동전을 쉽게 걸러 낼 수 있었어요. 반환 레버를 누르면 방금 넣은 그 동전을 그대로 돌려주는 기계도 나왔어요.
2021년에는 가운데와 바깥 재료가 다른 두 색 동전으로 한 번 더 바뀌었어요. 다만 크기는 여전히 같아서, 요즘도 일본 가게에서 손님이 낸 500원을 500엔으로 잘못 받는 일이 가끔 뉴스에 나와요. 일본 여행에서 남은 동전을 섞어 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500원과 500엔은 크기와 재료가 같았던 탓에 일본 자판기 사기에 쓰였고, 일본은 동전 재료를 바꿔 이를 막았어요.
정리·참고 메모 · Web Japan 2000; 월스트리트저널 1999; 재팬타임스 1997. 새 500엔 재료 변경과 자판기 70% 거부는 Web Japan, 49만 개는 일본 경찰청 집계를 인용한 보도, 773개는 나가노 경찰 발표 보도. 환율은 당시 기준 대략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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