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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4호심리4분조회 71

발행 · 잡학서고 별관

콘센트 구멍 두 개가 얼굴로 보여요

뇌는 점 두 개와 선 하나만 있어도 얼굴부터 찾아요

언덕 위 분홍 집, 둥근 창 두 개와 아치형 문이 놀란 얼굴처럼 보이는 모습

벽 콘센트, 자동차 앞모습, 반으로 자른 피망에서 얼굴이 보인 적이 있을 거예요. 사물에서 얼굴을 보는 이 현상을 파레이돌리아라고 하고, 거의 누구나 겪어요. 뇌가 얼굴을 워낙 빨리 찾도록 맞춰져 있어서 생기는 일이에요.

점 두 개와 선 하나면 충분해요

얼굴처럼 보이는 사물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위쪽에 비슷한 점이나 구멍 두 개가 나란히 있고, 그 아래 가운데에 선이나 구멍이 하나 있어요. 눈 둘, 입 하나의 배치만 맞으면 색이나 재질이 전혀 달라도 얼굴로 읽혀요.

그래서 콘센트 구멍, 자동차 전조등과 앞 그릴, 창문 두 개와 현관문이 있는 집이 자주 얼굴이 돼요. 배치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웃거나 놀란 표정까지 붙어 보여요.

뇌는 0.17초 만에 알아봐요

2009년 학술지 「뉴로리포트」에 실린 하자니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얼굴을 닮은 사물을 볼 때 뇌에서 얼굴을 알아보는 부위가 약 0.17초 만에 반응했어요. 진짜 얼굴을 볼 때와 거의 같은 빠르기였고, 얼굴을 닮지 않은 사물에는 이런 반응이 약했어요.

「저건 콘센트야」라고 생각하기 전에 뇌가 이미 얼굴 신호를 보낸 셈이에요. 사물인 걸 알고 나서도 얼굴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원숭이도 보고, 주로 남자 얼굴로 봐요

이 착각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2017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에서 붉은털원숭이도 얼굴을 닮은 사물 사진을 평범한 사물 사진보다 더 오래 들여다봤어요.

2022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는 또 다른 특징을 찾았어요. 성별이 있을 리 없는 사물 얼굴인데도 사람들은 여자보다 남자 얼굴로 보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연구팀은 뚜렷한 단서가 없으면 남자로 먼저 보는 습관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어요.

놓치는 것보다 잘못 보는 편이 나아요

왜 이렇게 쉽게 얼굴을 볼까요? 흔히 나오는 설명은 이래요. 덤불 속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놓치면 위험할 수 있지만, 나뭇잎을 얼굴로 잘못 보는 건 큰 손해가 없어요. 그래서 조금 헐겁게라도 얼굴을 찾는 쪽이 유리했으리라는 거예요. 다만 이건 그럴듯한 해석이고, 실험으로 확인된 결론은 아니에요.

분명한 건 사물에서 얼굴을 자주 본다고 이상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얼굴을 잘 알아보는 뇌가 평소처럼 일하고 있다는 뜻에 가까워요.

사물에서 얼굴이 보이는 건 뇌가 눈 둘, 입 하나의 배치를 아주 빠르게 찾아내기 때문이에요.

정리·참고 메모 · Hadjikhani 외 NeuroReport 2009·Wardle 외 PNAS 2022. 얼굴 닮은 사물에 약 0.17초 만의 뇌 반응, 붉은털원숭이 연구(Taubert 외 Current Biology 2017), 남자 얼굴 쪽 쏠림. 진화로 설명하는 부분은 가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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