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4호언어4분조회 72
발행 · 잡학서고 별관
「더워」와 「좁아」, 같은 ㅂ 받침인데 갈라져요
덥다·춥다는 ㅂ이 「우」로 바뀌고 좁다·잡다는 그대로예요. 굽다는 뜻 따라 둘 다죠
「덥다」는 「더워요」가 되는데, 받침이 똑같이 ㅂ인 「좁다」는 「좁워요」가 아니라 「좁아요」가 돼요. 한국어에는 받침 ㅂ이 모음 앞에서 「우」로 바뀌는 말과 그대로 남는 말이 섞여 있어요. 어느 쪽인지는 소리만 보고 정해지는 게 아니라 말마다 따로 정해져 있어요.
바뀌는 말과 그대로인 말
한글 맞춤법 제18항은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 말을 바뀐 대로 적으라고 정해요. 덥다, 춥다, 맵다, 무겁다, 쉽다, 눕다, 가깝다가 이쪽이에요. 그래서 더워, 추워, 매워, 누워처럼 써요.
반대로 잡다, 좁다, 씹다, 입다, 뽑다, 접다, 업다는 ㅂ이 그대로 남아요. 잡아, 좁아, 씹어, 입어가 맞는 모양이에요. 국립국어원 해설도 두 무리를 따로 목록으로 보여 줄 만큼, 겉모양만으로는 가르기 어려워요. 「춥다」와 「좁다」처럼 생김새가 비슷해도 하나씩 익혀 둘 수밖에 없어요.
「굽다」는 뜻에 따라 둘 다
재미있는 건 같은 「굽다」가 두 무리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에요. 고기를 굽다는 「구워」, 허리가 굽다는 「굽어」로 써요. 그래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와 「허리가 굽어 있다」가 둘 다 맞아요.
「곱다」도 비슷해요. 얼굴이나 마음이 곱다는 「고와」가 되고, 추위에 손이 곱다는 「곱아」가 돼요. 손이 곱는다는 건 추워서 손가락이 얼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낱말 모양이 같아 보여도 뜻이 다르면 변하는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는 거죠.
「가까와」가 틀린 말이 된 해
예전에는 「가까와」, 「고마와」, 「아름다와」처럼 썼어요. ㅂ 앞 글자의 모음이 ㅏ나 ㅗ면 「와」를 붙이는 모음조화 규칙을 따른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가까워」처럼 말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1988년 1월 고시된 한글 맞춤법(1989년 3월 시행)은 「워」를 기본으로 바꿨어요. 지금 「와」는 「돕다」, 「곱다」처럼 ㅗ가 든 한 글자 어간에만 남아 「도와」, 「고와」로 써요. 조건이 같아도 ㅂ이 안 바뀌는 「뽑다」는 그대로 「뽑아」예요.
국어사 연구에서는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 말들이 옛 한국어에서 ㅂ과 다른 소리를 적던 글자 「ㅸ」과 이어져 있다고 봐요. 그 소리가 점점 약해져 「w」에 가까워지면서 지금의 「더워」 같은 모양이 남았다는 설명이에요.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지는 말마다 정해져 있어서 덥다는 「더워」, 좁다는 「좁아」이고, 「굽다」처럼 뜻에 따라 갈리기도 해요.
정리·참고 메모 · 한글 맞춤법 제18항; 국립국어원 해설; 국어생활 1988. 활용 예와 두 무리 목록은 한글 맞춤법(1988년 고시) 제18항과 국립국어원 해설, 「가까와」에서 「가까워」로 바뀐 경위는 국어생활 1988년 여름호, ㅸ 기원은 국어사의 일반적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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