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9호숫자3분조회 70
발행 · 잡학서고 별관
15,000원의 쉼표는 왜 세 자리마다 찍힐까요?
우리말은 네 자리씩 읽는데, 쉼표는 영어권처럼 세 자리씩 찍어요
가격표나 통장에 찍는 쉼표는 세 자리마다 들어가지만, 우리말은 네 자리마다 만·억·조로 끊어 읽어요. 영어권의 천 단위 읽기에 맞춘 표기를 그대로 같이 쓰고 있어서 생기는 어긋남이에요.
영어는 쉼표대로 읽어요
1,234,567,890을 영어로 읽으면 1 billion 234 million 567 thousand 890이에요. 쉼표 하나가 읽는 단위(thousand, million, billion) 하나와 딱 맞아떨어져요. 영어권에서는 단위가 천 배씩 커지니, 쉼표가 읽는 자리를 그대로 알려 주는 셈이에요.
그래서 영어를 쓰는 사람은 쉼표만 따라가며 소리 내어 읽으면 돼요. 쉼표 없이 숫자 열 개가 이어져 있으면 눈으로 자리를 세다가 한 칸씩 놓치기 쉬운데, 쉼표가 그 수고를 덜어 줘요.
우리말은 네 자리씩 올라가요
같은 수를 우리말로 읽으면 12억 3456만 7890이에요. 만, 억, 조는 1만 배씩 올라가서, 쉼표 위치와 읽는 단위가 서로 맞지 않아요. 그래서 큰 수를 읽을 때는 뒤에서부터 자리를 세어 만·억을 찾게 돼요. 15,000원은 쉼표가 있어도 속으로는 「1만 5천 원」으로 바꿔 읽고 있죠.
한글 맞춤법 제44항도 수를 적을 때 만 단위로 띄어 쓰라고 해요(12억 3456만 7898). 일부 신문이 쉼표 없이 「1만5000원」처럼 적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12,3456,7890처럼 네 자리마다 쉼표를 찍으면 읽기 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널리 쓰이지는 않아요.
국제 표준은 쉼표도 아니에요
국제도량형총회는 1948년과 2003년 결의에서, 숫자를 세 자리씩 나눌 때 공백을 쓰고 쉼표나 점은 넣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1 000 000처럼요. 이런 묶음은 선택 사항이고, 재무제표 같은 분야에서는 따르지 않기도 한다고 SI 브로셔에 적혀 있어요. 프랑스는 소수점에 쉼표를 쓰고, 독일은 천 단위에 점을 쓰는 곳이라 1.234,56 같은 표기가 나와요.
다만 가격표와 통장에서는 세 자리 쉼표가 이미 관습으로 굳었어요. 해외 사이트에서 점과 쉼표가 뒤섞인 숫자를 만나면, 그 나라의 표기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해요.
쉼표는 영어식 세 자리 읽기에 맞춘 표기라서, 네 자리씩 읽는 우리말에서는 자리를 따로 세어야 해요.
정리·참고 메모 · 한글 맞춤법 제44항, BIPM SI 브로셔. 한글 맞춤법 제44항, BIPM SI 브로셔 5.4.4(2003 CGPM 결의 10), 한경 생글생글 2023. 세 자리 쉼표가 처음 쓰인 경위를 가리키는 단일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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