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6호과학4분조회 121
발행 · 잡학서고 별관
초승달 옆 희미한 동그라미, 누가 비춘 빛일까요?
지구가 되비춘 햇빛이 달의 어두운 쪽을 살짝 밝혀요
해 진 뒤 서쪽 하늘에 가느다란 초승달이 뜨면, 빛나지 않는 나머지 부분까지 둥그렇게 희미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이 흐린 빛은 지구가 반사한 햇빛이 달에 닿았다가 다시 우리 눈으로 돌아온 거예요. 지구의 빛을 받는다는 뜻으로 지구조라고 불러요.
달에서 보면 지구가 둥글게 차 있어요
초승달일 때 달은 지구에서 볼 때 해와 가까운 쪽에 있어요. 우리 쪽에서는 달의 밤 쪽이 대부분 보이는데, 거꾸로 달에서 지구를 보면 햇빛을 받은 지구의 낮 쪽이 거의 다 보여요. 우리가 초승달을 볼 때 달 하늘에는 보름달처럼 둥근 지구가 떠 있는 셈이에요.
달에서 본 지구는 지구에서 본 달보다 지름이 4배쯤 크고, 구름과 바다, 얼음이 햇빛을 잘 되비춰요. 그래서 그 무렵 달의 밤은 우리의 보름달 밤보다 훨씬 밝아요. 그 빛이 달 표면에 닿았다가 한 번 더 반사돼 지구로 돌아오니, 아주 흐린 잿빛 동그라미가 보이는 거예요.
달이 가늘 때 잘 보여요
지구조는 초승달이나 그믐달처럼 달이 가늘 때 가장 잘 보여요. 해가 진 뒤 한두 시간 서쪽 하늘이나,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을 보면 돼요. 달이 반달을 넘어 통통해지면 달에서 본 지구는 점점 가늘어져 빛이 줄고, 달의 밝은 부분은 커져 눈이 부시니 흐린 쪽은 묻혀 버려요. 공기가 맑고 주변 불빛이 적은 곳일수록 더 잘 보여요.
휴대폰으로 찍을 때 흐린 부분에 맞춰 밝게 찍으면 초승달 쪽이 하얗게 번지기 쉬워요. 그래서 사진보다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볼 때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다빈치가 먼저 풀었어요
이 희미한 빛을 처음 제대로 설명한 사람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꼽혀요. 1500년대 초에 쓴 노트인 레스터 사본에, 지구가 햇빛을 되비춰 달의 어두운 쪽을 밝힌다고 적었어요. 다빈치는 바다가 주로 빛을 되돌린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구름이 더 큰 몫을 해요.
이 빛은 지금 과학에도 쓰여요. 미국 빅베어 태양관측소 연구진은 1990년대 말부터 지구조 밝기를 재서 지구가 햇빛을 얼마나 되돌려 보내는지 계산해 왔어요. 달을 향한 지구 쪽에 구름이 많을수록 달의 어두운 부분도 조금 더 밝아져요.
초승달 옆 희미한 동그라미는 지구가 되비춘 햇빛이 달을 밝힌 지구조예요.
정리·참고 메모 · 다빈치 「레스터 사본」·빅베어 태양관측소 지구조 관측. 다빈치는 1500년대 초 바다의 반사로 설명했다. 실제로는 구름 반사가 크고, 지구조 밝기는 달을 향한 지구의 구름 양에 따라 달라진다(1990년대 말부터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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